옻칠 화가_김미숙의 메타여인

메타여인(MetaLady)

호퍼 | 기사입력 2022/09/06 [13:20]

옻칠 화가_김미숙의 메타여인

메타여인(MetaLady)

호퍼 | 입력 : 2022/09/06 [13:20]

옻칠 화가_김미숙의 메타여인 

 

▲ 양평동 작업실에서 김미숙 화가 - 사진과 글 정영혁 

 

김미숙의 여인은 참으로 오묘하다. 호리호리한 몸매, 긴 목 라인, 갸날픈 턱선 그리고 유난히 가늘고 긴 손가락이 언뜻 보기에 서양 여인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고 서양과 반대되는 동양의 여인도 아니다. 그럼 그녀가 그린 여인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녀의 작업을 처음본 순간 시선을 멈출 수 가 없었다. 특히 눈빛이 더욱더 나의 심장을 멈추게 만들었다. 살포시 내린 시선이 그렇고 때론 갈망도 하고 때론 초점을 잃어 측은하기도 하다. 화려한 옷치장으로 뭔가에 고정된 무심한 눈빛 그리고 빛을 발산하는 푸른눈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눈동자에 자개를 붙여 신비스럽고 화려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입을 다물었지만 말을 하고 있었다. 굳게 닫혀있는 도툼한 입술이 바라보는 관람객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 여인의 출생 비밀이 뭘까. 만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사진과 글: 정영혁(사진작가/콘텐츠 디렉터)

 

정영혁(정작가): 오늘 김작가의 옻칠 페인팅으로 탄생된 여인이 궁금합니다. 너무나 만나고 싶어 인터뷰하게 됐죠.  오늘 두 여인을 인터뷰해야 겠네요(웃음).

김미숙(김작가): 안녕하세요. 전통 재료인 옻칠로 찰나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작가 김미숙이라고 합니다. 

 

정작가: 먼저 “청화백자” 여인의 탄생이 궁금합니다. 이 여인은 실제 모델인가요?

김작가: 제 작품의 여인들은 때론 실제 모델을 대상으로 하기도 하고, 때론 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감속에서 실제하지 않는 이미지를 창작하기도 합니다.

저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고 집에서도 어머니와 언니와 셋이 지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여인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어요. 제가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며 조금씩 성장하면서 느낀점은 한국 여성들이 과거와 달리 자신의 권리를 많이 찾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중심에서 당당하게 활동 하고 있는 다양하며 개성있는 여인들을 저만의 해석과 방식으로 탄생시키고 있어요. 제 그림 속의 여인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당당해지고 자신감이 생긴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데요. “청화백자” 여인의 탄생은 제가 동양화 전공이라 산수화의 느낌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동양의 고전미를 가진 현대적 여인으로 재해석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동서양의 구분도 많이 없어지고 차라리 동양의 것들이 서양으로 전파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시대적인 요소들을 반영한 그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작가: 시집 보냈다고 말씀했는데, 그녀는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김작가: 나이를 정해놓고 대상을 그린게 아니라 정확한 나이는 글쎄요.. 그리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미의 기준’이라든지 ‘젊음의 기준’이라는 것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때문에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지금 시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여인이 가장 아름다운 나이는 28~32살쯤 이라고 생각해요. 이 나이가 되면 비로소 소녀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여인으로 되는 것이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지적이고, 가장 사랑스럽고, 또 스스로를 잘 알고 사랑할 나이.. 그 때가 바로 ‘카르페디엠 or 화양연화’일 때가 아닐까요! 그 최고로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프레임 안에 담아 보았습니다. 영원히 지지 않는 꽃으로 아름다움 그 모습 그대로 말이죠.. 

 

정작가: 여인의 눈빛이 매우 고혹적이다.  그리고 시선이 매우 독특한데...

김작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눈이 보배다’ 혹은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말씀을 자주 해 주셨는데요. 그때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제가 나이를 먹고 또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며 살아보니 '눈이 정말 중요한 신체 부위 중 하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흔히 우리들은 눈빛 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여인들의 눈빛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자들은 그 눈빛 속에 정말 많은 의미를 담아서 표현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탄생시키는 여인들도 자개를 이용하여 좀 더 특별하고 영롱한 빛을 담은 눈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정작가: 현대적인 의상에 쪽머리를 하고 비녀를 꽂은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김작가: 어린 시절을 외할머니 댁에서 지냈을때 큰집 할머니가 항상 쪽머리를 하고 비녀를 꽂고 다니셨어요. 단아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 잔상이 작품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제 그림 속 청화백자에서 표현되는 여인은 그런 한국적인 멋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예전에는 ‘서세동점’ 이라는 말도 있었듯이 세상의 중심을 서양으로 잡았었잖아요. 지금은 동양적인 것들이 차라리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특히, 근래 한국의 한복, 갓에 관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보지 못하지만 코로나 전에는 인사동이나 삼청동에 가보면 외국인들이 한복입고 다녔잖아요. 그렇게 이쁠수가 없더라구요. 저도 그런 트렌트함의 상징인 ‘동양의 미(美)’를 산수로 표현된 의상과 쪽머리와 비녀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작품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인간은 욕구와 이상, 현실 속에서 항상 갈등하지만 대부분 현실에 맞추어 욕구와 이상을 조절한다고 생각해요. 조절을 통하여 현실 세계에서 큰 갈등 없이 살아가지만 충족되지 못한 욕구와 이상으로 인해 내적으로 갈등을 겪고 불안정한 정서를 갖게 될 때가 있는데 이러한 불안정한 정서가 커지거나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인간은 자신의 의식을 허구의 세계로 옮겨 정신적인 안정을 얻으려 하는 것 같아요. 허구의 세계에서 인간은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고 자신의 성향을 온전히 나타낼 수 있기때문이죠. 그래서 옷에 그려진 산수화는 신선들이 살았던 현존하지 않을 것만 같은 아름답고 영원한 이상향에 대한 개념을 시각화한 대상입니다.

 

▲ 청화백자, 판넬에 옻칠, 자개, 61X90cm, 2021


정작가: 청화백자, 여인의 탄생 기간이 얼마나 되나요?  

김작가: 제작과정은 보통 3~6개월 정도 걸리는데요. 제작과정이 일반적인 회화 작품과는 많이 다르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서 그런데요. 옻칠을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옻나무에 상처를 내면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나오는 진액, 수액을 말하는데요. 채취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이 있고 옻칠이라는 것이 숙련된 장인들만 다루던 소재라서 다루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거든요. 첫 판(서양화로 치면 캔버스 역할) 작업부터 옻칠을 하고 칠장에 온도와 습도를 맞춰서 건조하고, 다시 칠하고 건조하기를 여러번 반복해야 하는 데 이것만 한달 이상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판 작업을 해야 나중에 물 뿌리면서 사포칠 때 나무 틈 사이로 물이 스며들지 않아요. 말하자면 옻칠을 이용하여 코팅을 하는 거죠. 그렇게 판 작업이 끝나면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고 건조하고, 다시 사포로 갈아내고 다시 색을 입히고 건조하고, 이런 과정을 작품의 표현 방법마다 다르겠지만 최소 5회 최대 10회 이상 반복하다보면 비로소 옻칠화만의 깊이 있는 색감과 선명한 발색 그리고 광택이 나게 됩니다. 이렇게 작업을 하다보니 다른 재료의 회화 작업에 비해서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들어가게 되니까 참 힘들기도 한데요. 정복하기 힘든 만큼 성취감이나 만족도 역시 너무 커서 힘든 것도 잊은 채 그 매력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옻칠을 이용한 다양한 텍스처 사용이나 표현들을 실험적으로 연구하는 등 점차적으로 그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 여인의 향기, 판넬에 옻칠, 30.4X42cm, 2021


정작가: 풍성한 녹색의 머리결을 지닌 “여인의 향기”는 또 다른 느낌이다. 상념에 잡혀 있는 눈빛이다. 상상 속의 여인이라면 그림을 그릴 당시 마음의 상태가 어떠했나요?

김작가: ‘내겐 너무 이쁜 그녀’를 말씀하시나 보네요. 그 작품은 처음 밑그림을 그릴 때부터 제 스스로 봐도 너무 이쁜 거예요.  보통 처음에 밑그림 그릴 때는 이쁘다가 그림을 완성시켜 나가면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저 작품은 한 번도 그러지 않았어요. 머리를 완성키키고, 옷을 입히고, 눈빛에 자개를 붙이고, 배경을 마무리할 때까지 한 번도 속을 썪이지 않고 탄생했죠. 그래서 그림도 이쁘지만 너무 맘고생 안하고 탄생한 것 같아서 작품 제작 하자마자 저 스스로도 그녀에게 흠뻑 빠져 반해 버린 것 같아요. 보통 어머니들이 내 자식이지만 너무 이쁘지 않나요? 이럴 때 있잖아요. 제 맘이 딱 그런 맘이었어요. 그래서 작품 제목도 ’내겐 너무 이쁜 그녀‘가 되었죠. 전시 하자마자 너무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며칠안되서 콜렉터에게 소장되었죠. 섭섭한 마음이 좀 들더라구요. 내 품에서 얼마 있지 못했는데.

딸 시집보내는 마음이 이런게 아닐까요.

 

▲ 유디트(Judith), 판넬에 옻칠, 자개, 60.6X73cm, 2020


정작가: 제가 보기에 이 여인 역시 출신 정체성이 오묘하다. DNA가 어떻게 되나요?

김작가: 요즘 인물 작품들을 보면 심플하면서 예쁘게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내거나 아예 추상적으로 풀어서 형태를 일그러뜨리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그에 비해 이렇게 선명하게 그리면서 디테일한 작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꼼꼼하게 작업을 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상상속에서 진짜 누구든지 반하게 하는 당당한 현대의 여인상을 한번 그려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탕은 주황색 머리는 녹색 그리고 입술은 빨간색을 대비시켜 현대 여인의 당당한 자신감과 나만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고 눈에는 자개를 붙여서 영롱하고 우아함을 표현했습니다. 옷을 자세히 보시면 얼핏 봤을땐 그린 것 같지만 레이스를 오려 붙여서 입체감을 준 것입니다. 웬지 상상속 여자지만 어딘가에 실제하는 여인같지 않나요? 너무 사랑스러워 저 조차도 반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 여인의 향기, 판넬에 옻칠, 61X90CM, 2019

 

정작가: 두 여인을 보더라도 실제로 존재하는 여인의 초상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근래에 최초 가상 인간 ‘로지’가 탄생되어 광고 모델로 활동중이고, 디지털 휴먼 혹은 버츄얼 인프루언스 ‘장우리’도 활동중이다. 그들은 모두 MZ세대다. 이런 시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김작가의 작품은 메타여인이다. 가상 속의 여인이 현세에 존재하며 그녀는 영원히 늙지 않고 생명을 이어갈 것 같네요.  물론 실제하는 모델이 아니라고 해서 모든 여인의 초상화가 메타여인은 아니지만요. 제가 보기에 최종적으로 옷칠에 자개를 덧붙여 대체불가능한 여인으로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고 그녀는 한국을 벗어난 글로벌 여인입니다. 그녀는 넘 멋지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 여인의 남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웃음)

김작가: 제 작품을 메타여인으로 표현해 주셨네요. 멋진데요. 어찌보면 가상속 인물이니 그런 표현도 틀린 말씀은 아니네요. 옻칠화는 천년을 간다고 하는데요. 우리의 삶은 백년을 살기도 어렵잖아요. 혹시 ‘백구과극’이라는 고사성어를 들어보셨어요? “우리들의 ‘인생’이란 흰 말이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이라는 그 ‘찰나’를 이처럼 잘 표현한 말도 없지않나 싶은데요. 제가 옻칠에 매력에 빠진 후 이 말이 더욱 제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의 걱정으로 사는 우를 범하기도 하는데, 반대로 저는 그 짧지만 강렬한 행복의 순간을 천년의 빛 옻칠로 그려넣고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영원토록 빛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 찰나의 행복한 순간들이 있을텐데 그런 각각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제 그림속에 많이 담아보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어느 누구는 제 작품 속에서 자신의 바쁜 일상 속, 차마 잊고 지냈던 반짝이던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며 잠시 행복에 빠져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작가: 그럼 처음으로 탄생한 여인의 초상화가 궁금하네요. 어떤 상상 속의 여인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는지요?

김작가: 옻칠화 초창기 시절에 창작했던 ‘숨’이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그 작품 역시 제 기억속에 아주 특별하게 자리하고 있는데요. 비록 지금은 좋은분께 시집보내서 사진으로 밖에 만날 수 없지만 말이죠. 그 작품은 강렬한 빨간색 바탕에 황금색 옷을 입은 여인이 지그시 두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는 모습을 표현했는데요. “이 작품을 초보였던 내가 어떻게 완성했지?” 싶을 정도로 쏙 마음에 들었던 최애 작품 중 하나 였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녀가 갑자기 그립고 보고 싶어지네요.(웃음) 그 작품은 처음으로 옻칠을 접하고 옻이 올라 병원을 다니며 완성했던 작품이라. 진짜 고생하고 너무 힘들어서 포기해야하나 고민하며 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작가: 화제를 돌려 옻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손으로 완성되는 작업이다’, ‘칠흑같은 어둠’. 표현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나요. 

김작가: 옻칠화는 색을 채우고 갈아내고 다시 채우는 지난한 반복의 과정을 견디고 견뎌야 마침내 한 줄기 빛을 얻게 됩니다. 작업 과정에서 옻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몇 번이고 채색과 사포질을 무한 반복하며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손으로 완성되는 작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칠흙같은 어둠이란 표현에서 칠흙은 ‘옻칠처럼 검고 광택있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고 ‘색을 칠하다’의 칠 역시 옻칠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정작가: 재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그 옻칠이 일반적인 여인들과는 다른 여인으로 탄생시키는 것 같군요.

김작가: 어둠에서 빛이 탄생하듯이 옻칠화도 어둠을 걷어내고 빛을 불어넣어 하나의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데요. 그 시작점부터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동양화도 서양화도 그림을 그릴 땐, 밝은 바탕에서 출발하잖아요. 옻칠화는 반대로 어둠에서 시작해서 밝은 빛을 만들어내죠. 그리고 한 번에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칠장에 말리고, 사포로 연마하고, 다시 칠하고 말리기를 여러 번 반복하므로써 켜켜히 그림의 밀도와 단단한 깊이감이 생기게 되는데 그런 지난한 작업의 과정들이 일반적인 여인들과 다른 차별성을 가진 여인들을 탄생시키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매력에 흠뻑 빠진거구요.

 

정작가: 이게 김작가님의 차별화군요. 연작 ‘한’ ‘마녀사냥’ 시리즈에서 궁극적으로 여인의 초상화를 통해 대중과 어떤 교감을 원하시나요?

김작가: 옻칠화 작업을 하기 전에 동양화로 견(실크)에 작업을 했었는데요. 첫 개인전은 ‘한’ 그리고 두 번째 전시가 ‘마녀사냥’ 이었어요. 여자들은 과거부터 ’한‘ 같은 것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제 첫 전시의 제목이 ’한(恨)‘ 이었습니다. ’마녀사냥‘도 비슷한 맥락이었구요. 하지만 제가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도 변해서 이제 과거와 달리 여자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많이 찾았고, 저 역시도 세상의 중심에서 당당히 작가 활동을 하게 되면서 제 그림 속의 여인들도 어느새 점점 당당해지고 자신감이 생긴 모습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그림은 작가의 삶을 투영 한다는데 제가 특별히 의도한 것도 아닌데 제가 그려온 그림들을 펼쳐 보면 과거의 그림들과 비교해서 확실히 밝아지고 건강하고 심지어 어떤 당찬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지거든요. 

’한‘ 이나 ’마녀사냥‘을 통해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여인들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여성상을 희망하듯 그렸다면 지금은 현재를 살아가는 당차고 자신감 넘치며, 활력이 넘치는 여인들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요.

 

정작가: 다음에 탄생되는 여인이 궁급합니다.

김작가: 옻칠이라는 전통적이면서 개성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동양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여인의 모습을 탄생시키고 싶습니다. ’아름다움‘에는 남녀노소, 동서양이 따로 없잖아요. 가장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재료로 가장 세계적인 여성작가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피카소는 26살에 그의 대표적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을 통해 큐비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황금빛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나를 알고 싶으면 내 그림을 보라”고 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옻칠을 통해 미술 회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고, 내 그림속 여인들을 통해 현시대를 대변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정작가: 마지막으로 김작가님과 여인들은 어떤 관계로 이 세상에 존재하며 영원할 수 있을까요?

김작가: 조금 전에 인터뷰에서 ’메타여인‘을 말씀하셨는데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점차적으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구분이 없어 질텐데 제 그림속 여인들도 시간의 영속성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것 같습니다. 클림트 작품중에 <바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라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사실주의와 추상주의를 완벽히 결합시킨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사실주의와 추상주의가 혼합된 작품을 해보고 싶은데요.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에 저의 메타여인들을 표현하기엔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작가: 양평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겨울의 따뜻한 햇살이 몸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핸드폰에 고이 간직한 ‘청화백자’를 들여다 보자 인터뷰 말미에 또 다른 "‘청화백자’가 지금 탄생되는 중이다”라는 김작가의 그 여인이 빨리 보고 싶어졌다. 

 

양평동 작업실에서 김미숙 화가 사진 정영혁

청화백자, 판넬에 옻칠, 자개, 61X90cm, 2021

여인의 향기, 판넬에 옻칠, 30.4X42cm, 2021

유디트(Judith), 판넬에 옻칠, 자개, 60.6X73cm, 2020

여인의 향기, 판넬에 옻칠, 61X90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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